입력 : 2010-01-09 18:41:02
2010년 열린 CES(국제전자박람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제품은 무엇일까. CES 2010 전시장을 찾은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3D TV’를 외친다.
실제로 행사장을 찾으면 3D 디스플레이 관련 제품들이 유독 눈에 띈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LG 전자, 소니, 도시바, 샤프 등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는 저마다 자사의 3D TV가 뛰어나다고 내세우며 관람객 몰이에 나섰다. 옵토마 등 3D 프로젝터를 선보인 업체도 적지 않았다. 그래픽 카드로 잘 알려진 엔비디아 역시 3D 비전 기술로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은 각각 보는 화상이 미묘하게 다르다. 이를 통해 사물에 대한 원근감을 갖게 된다. 이를 응용한 3D 디스플레이 기술은 이미 몇몇 업체에서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다. 그렇지만 그 때마다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다르다. 작년부터 전초전이 벌어지더니 이제는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일제히 전면 승부에 나섰다. 지금껏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대체 이처럼 3D 디스플레이가 새삼 주목받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 환경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일단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3D 기술이란 것이 생각보다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최근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 ‘아바타’는 3D 기술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아바타의 경우 현재 3D 입체 영상을 활용한 게임까지 나온 상태다.
여기에 풍성한 3D 콘텐츠가 예고된다는 점 또한 3D 디스플레이 기술에 기대를 걸 만한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3D 영상 기술을 제대로 즐길 만한 콘텐츠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편이었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이번 CES 2010 전시장 곳곳에서는 3D TV와 더불어 블루레이 3D 기술이 눈길을 끌었다. 생생한 영상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 블루레이 3D는 3D TV와 짝을 이뤄 호평을 받았다. 3D 디지털 방송을 유․무선으로 시범 송출하는 시연도 종종 눈에 띄었다.
또 행사장에서는 사진 및 동영상을 3D로 찍을 수 있는 카메라 및 캠코더 제품군도 여럿 전시됐다. 수동적으로 3D 콘텐츠를 기다릴 필요 없이 직접 3D 영상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3D 기술을 게임에 적용한 사례도 쉽게 볼 수 있었다. 3D TV 및 프로젝터를 발표한 업체들은 어김없이 3D 게임 존을 마련해 뒀다.
3D 게임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엔비디아 역시 CES 2010을 통해 자사의 ‘3D 비전’ 기술을 뽐냈다. 특히 모니터 세 대를 다중 디스플레이로 구성해 3D 비전 기술을 즐기는 ‘3D 비전 서라운드’가 주목을 받았다. 유튜브 영상을 비롯해 블루레이 등의 HD 영상, 사진 등을 PC에서 3D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엔비디아 젠슨 황 대표는 자사 3D 비전 기술을 소개할 때도 발표 자료를 3D로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3D 외에 마땅한 기술 경쟁 요소가 없다는 점 또한 주요 업체들이 3 D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 중 하나다.
240Hz를 뛰어넘어 480Hz 주사율을 가진 TV가 시연되기도 했고 HD의 4배 화질을 보여주는 UD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시장 흐름이 따라오지 못해 시기상조로 평가받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3D 기술의 경우 기존 시장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기술 표준도 정착되지 않은 상태라 먼저 두각을 드러내는 쪽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3D 영상 기술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3D 영상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대부분 3D 안경을 써야 하며 장시간 시청할 경우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업체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콘텐츠 정착 및 표준 규격 선정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많다. 현재 CES 2010을 통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청사진이 그려지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이 언제까지고 순조롭게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블루레이와 HD-DVD가 차세대 영상 매체를 놓고 긴 싸움을 벌였던 것, 베타 규격이 뛰어난 화질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추지 못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 등의 전례도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다.
어쨌든 3D 영상 기술이 CES 2010을 대표하는 신기술로 떠오른 점은 마땅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금처럼만 간다면 집에서 3D TV를 즐기게 될 날이 그리 멀지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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